법률시장이 개방돼도 변호사 선임이나 기업들의 컨설팅 용역 등 법률 비용이 인하될 가능성은 작고 경우에 따라서는 인상될 수도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또 국내 변호사들의 고용 증대와 외국시장 진출 효과도 제한적이며 외국 로펌(법률 회사)에 대해 국내 로펌과의 합작 및 국내 변호사 고용을 조기에 허용하면 국내 로펌이 붕괴될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황보영 대한변호사협회 국제이사는 17일 '한미 FTA와 한국경제' 세미나에 앞서 배포한 '한미 FTA가 법률서비스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주제 발표문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황 이사는 한미 FTA의 법률시장 개방과 관련, "외국 로펌의 한국 변호사 고용과 합작 허용 여부가 중점 이슈"라고 말했다.

   그는 "국제거래 등 국제업무의 경우 고용.합작이 허용되지 않으면 외국 로펌과 국내 로펌의 경쟁이 심화되지만 변호사 비용 인하 가능성은 작고 제휴(Affiliation)를 통한 시장조정이 이뤄진다"고 예상했다.

   서비스 질에 대한 경쟁력을 갖춘 유명 외국 로펌이 국내 법률시장에서 국제업무 수임을 위해 가격을 낮추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그는 이어 "고용.합작이 허용되면 국제업무 시장에서는 국내 로펌의 생존 가능성이 현저하게 낮아져 변호사 비용이 인상될 가능성이 있고 합작 외국 로펌이 국내 로펌의 우수 변호사를 스카우트하는 형식으로 채용하기 때문에 전체 변호사의 고용 증대 효과는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외국 로펌이 다국적 기업이어서 특정 해외에 업무가 있을 경우 현지 지사에 소속된 변호사에게 일을 맡기기 때문에 외국 로펌에 소속된 우리나라 변호사의 외국진출 가능성도 크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국내업무 시장에 대해서는 "고용.합작 허용과 교포 변호사들의 국내 시장진출 여부에 따라 개방의 영향이 결정될 수 있다"며 "교포 변호사들이 국내 시장 진출을 위해 초기에 변호사 비용을 인하할 수 있지만 이들의 시장 점유율이 확대되면 변호사 비용은 원래 수준으로 회복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고용.합작 허용으로 국제업무 시장에서 밀려난 국내 로펌이 국내업무 분야로 진출하면 변호사 비용 인하 가능성은 더욱 불투명해진다"고 말했다.

   그는 "산업연구원의 분석 결과로도 법률시장이 개방되면 법률 비용이 상승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소개했다.

   황 이사는 이에 따라 "고용.합작의 조기 허용은 국내 로펌을 붕괴시킬 수 있는 만큼 고용.합작의 허용을 위해서는 장기간의 준비 기간이 필요하고 허용 형태도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중국은 외국 로펌의 국내 변호사 고용과 합작을 실질적으로 허용하지 않고 있고 싱가포르는 제한적인 업무 제휴와 합작만을 허용하고 있다.